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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중국)/┕ 연변 소식

'조중우의교'는 북중 경협의 현주소

by 윤라파엘 2010. 3. 29.

"신의주까지 연결된 화려한 네온사인
'조중우의교'는 북중 경협의 현주소" 
[북중 접경지대 르포①] "훈춘은 나진 개방 원하고 옌지-투먼은 청진 원해"
10.03.29 13:24 ㅣ최종 업데이트 10.03.29 15:41 황방열 (hby) / 권우성 (kws21)
북한과 중국은 신의주와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를 올해 10월에 착공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두만강변에서도 창지투(창춘-지린-투먼)선도구 개방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승격시켰다. 북한이 올해 1월 중국 지린성과 가까운 함경북도의 나선(나진-선봉)시를 특별시로 지정한 것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된다.  북중간 경제협력 강화가 남북관계와 남북경협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랴오닝성의 선양, 단둥과 지린성의 옌지, 투먼, 훈춘 현지 취재를 통해 이에 대해 살펴봤다. 또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이와 관련 전문가 기고를 포함해 7~8회의 연재기사를 실을 예정이다. <편집자말>

 

 

 

  
16일 밤 중국 단둥과 평안북도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철교(조중우의교)의 야경. 다리에 설치된 조명시설은 다리 한가운데 중국쪽으로만 설치되어 있었으나, 지난해 10월북한쪽 다리 끝까지 연장되었다.
ⓒ 권우성
 
 
  
▲ 화려한 조명 입은 압록강철교와 어둠에 잠긴 북녘땅
ⓒ 권우성
압록강철교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 중국에서는 중조우의교)의 네온사인이 신의주까지 연결돼서 반짝이는 것을 봐라. 이게 지금 조(북)중경협과 조중관계를 상징하는 것 아니겠나."

 

중국 단둥시와 북한의 신의주를 연결하는 조중우의교는 중국쪽 절반만 네온사인 조명이 들어왔었다. 그러다 지난 10월 1일 중국의 국경절을 맞아 신의주까지 연결돼 밤마다 빨간색과 흰색·녹색·파란색·노란색이 다리를 빛내고 있다.

 

이 다리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압록강변의 '중련(중리엔)호텔'에서 만난 대북무역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북중경협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미 확정됐거나 또는 '알려졌다'는 식으로 전해지고 있는 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 등 중국 동북3성의 개발계획들, 그리고 이것들을 북한과 연결되는 사업들은 큰 것만 정리해도 '쏟아지는' 수준이다.

 

중국은 동북진흥계획(동북노후공업지역진흥계획)의 양대축인 랴오닝성 연해경제벨트와 창지투(창춘, 지린, 투먼)개방선도구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확정했고, 러시아 접경인 헤이룽장성 무단장시에서 출발해 옌지와 단둥을 거쳐 다롄까지 15개도시를 거치는 총 1380㎞의 '동변도 철도'도 2012년 건설을 목표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중국은 헤이룽장성 둥닝현에서 수이펀허를 거쳐 훈춘시를 잇는 이른바 '황금통로' 도로도 개통했다.

 

  
18일 오후 올 10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중인 중국 투먼-훈춘간 고속도로 공사현장.
ⓒ 권우성

또 창춘-훈춘간 고속도로 중 창춘-옌지-투먼 구간은 이미 개통했고, 투먼-훈춘 구간은 올해 10월 개통이 목표다. 중국은 이 도로를 나진항까지 연결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린성 성도 창춘에서 북한의 부동항인 나진항까지 바로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압록강으로 눈을 돌려보자. 북한과 중국은 올해 10월에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설을 시작하기로 했으며, 신의주-평양간 고속도로 건설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록강의 하중도인 황금평과 위화도를 자유무역지구로 개발하기 위해 중국업체가 각 5억불과 3억불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중국의 동북진흥계획
ⓒ 고정미
 

 

신압록강대교 건설 예정지 위에 SK 물류기지 건설

 

실제 찾아가본 현장들은 그간 전해진 언론기사들과는 다소간의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

 

1943년에 만들어진 현재의 조중우의교를 대신해 폭 33m, 길이 6km, 왕복 4차로의 현수교로 건설될 예정인 신압록강 대교. 단둥시 남동쪽 랑터우의 신구개발지역과  북한의 평안북도 용천ㆍ남신의주 중간지점에 건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둥시청 신청사 부지 바로 옆으로, 대교가 들어서면 단둥쪽 도로는 왕복 6차선으로 확장될 예정이라고 한다. 건설예정지는 신구개발 조감도의 한 부분으로 표시돼 있을 뿐, 단둥신구에 들어설 건물들을 짓기 위한 트럭들이 오가는 것과는 달리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건설예정지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단둥과 인천을 오가는 한국인 해운업 관계자는 "단둥해관에 따르면 건설예정지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북한은 현재 거론되는 위치보다 상류를 원하고 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이전에 방중했을 때 압록강 상류인 호장산성쪽의 한 지역을 거론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단둥시 남동쪽 랑터우의 신구개발지역과 북한 평안북도 용천·남신의주 중간지점에 건설될 것으로 열려진 신압록강대교가 16일 오후 단둥 신구개발지역 공사현장 주변 조감도에 표시되어 있다.
ⓒ 권우성
 

  
16일 오후 압록강변 중국 단둥 신개발구에서 SK네트워크의 보세물류센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대교와 연결될 도로 뒤편에는 SK네트워크가 보세물류센터 건설을 위한 터닦기 공사를 하고 있었다. '대북용'으로 보인다. 중국과 북한 모두 대교 양쪽으로 각각 보세물류센터를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한 대북 임가공업자는 "단둥은 북한을 빼놓더라도 물류요충지이며 한반도 입장에서도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로 가는 길목"이라면서 "단둥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국은 다롄-단둥 고속철도와 선양-단둥 간 고속철도 공사도 17일부터 시작했다. 각각 2013년과 2014년 완공예정으로 현재 10시간 넘게 걸리는 다롄-단둥이 1시간 30분에, 3시간 30분정도 걸리는 선양-단둥이 1시간 이내로 좁혀져, 물류효과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황금평-위화도 개발 의심 목소리 많아..."실체 없는 건 아니야" 반론도

 

  
16일 오후 중국 단둥과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는 '황금평'에서 북한 주민들이 가래질을 하고 있다. '황금평'은 압록강에서 위화도 다음으로 큰 섬이며 토지가 비옥한 신의주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이다.
ⓒ 권우성
 
  
사진에서 철조망 오른쪽이 평안북도 신의주 '황금평'이다.
ⓒ 권우성
 

압록강내 하중도(강속의 섬)로 북한 영토인 황금평과 위화도 개발건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난 2월말 중국 언론에 단둥화상국제투자공사라는 중국 기업이 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그 뒤에는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단둥의 한 해운업자는 "단둥의 중국관리들은 '황금평과 위화도는 나씽(nothing)'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선양의 한 중국전문가도 "중국은 단둥 신구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데 황금평과 위화도에 수억불씩의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면서 "지금 압록강변쪽 개발얘기들은 3, 4년전부터 나왔던 것들이었다"라고 말해, 크게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국내의 한 소식통은 "두 섬에 대한 투자계획서가 평양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는 '개념'을 잡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중 접경도시인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압록강 모습. 사진 오른쪽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연결되는 압록강철교(조중우의교)이며, 가운데 멀리 보이는 곳이 '위화도'다.
ⓒ 권우성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지린성 훈춘과 나진항까지의 고속도로 연결도 현재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올해 10월 개통을 위해 한창 공사중인 투먼-훈춘간 고속도로 건설구간으로로 기자를 안내해준 연길의 한 대북무역상은 "이쪽이 (투먼시 취안허 해관의 맞은 편인) 북한의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와 나진항 방향이라고 알려 줄 수 있지만, 아직 다른 얘기는 나오는 게 없다"면서 "당장 도로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투먼과 훈춘시를 관할하고 있는 연변조선족자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에 지린성) 성장이 나진을 방문해서 구두로 북한에게 우리가 만들테니 도와달라고 했고, 북한측도 돕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확정적인 것처럼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훈춘 취안허-은덕군 원정리 다리 4차선으로 확대보수공사

 

그럼에도 지린성이 나진항으로 연결되는 물류통로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린성이 북한의 세관이 있는 은덕군 원정리에서  나진항에 이르는 도로도 3억위안(약 500억원)을 들여 도로현대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원정리에서 나진항으로 가는 사이에 높은 고개가 있고 비포장도로여서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옌지에는 북한이 원정리에 물류기지를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과 중국의 세관이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훈춘의 취안허와 원정리 다리에 대한 보수도 지난 15일부터 6월 30일까지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이종림 연변대 경제관리학원 부원장은 "훈춘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의 2차선 도로 옆에 새로 2차선규모 다리를 짓고 현재다리는 해체한 뒤 다시 2차선을 지어서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라고 전했다.

 

  
18일 오전 두만강변 중국 훈춘시 권하해관과 북한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세관을 연결하는 권하교(권하-원정국경교)에 굴삭기가 올라가서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18일 오전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훈춘시 권하해관과 마주보는 북한
ⓒ 권우성
 

선양의 한 중국 전문가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에게 창 아래 공사현장을 가리키면서 "저런 흑토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동북 3성은 우크라이나 등과 함께 세계 3대 흑토지대로 꼽히며, 철광석과 석탄, 따칭유전 등의 광물자원, 중국 전체 삼림의 40%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북3성은 과거에는 중국의 중공업기지였으나 상하이나 광저우 등 해안가도시들의 발전에 밀려 지금은 낙후됐다. 동북진흥계획은 중국의 지역균형발전 계획으로 이의 성공에는 한반도 문제가 관건이다.

 

김강일 연변대 동북아연구원장은 "처음에 해안가에서 발전한 중국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발전공간의 확장이 필요한데 이것이 동북아"라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협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면 100~200억불 쓰는 것은 중국에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창지투 계획은 북한이 어느 정도만 개방해주면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고리"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의지가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동북3성의 해외창구가 서해쪽의 다롄항 하나뿐인 상황에서 동해, 태평양, 중국 남방으로 나갈 수 있는 나선특별시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종림 부원장은 "1990년대에 UNDP(유엔개발계획)이  두만강개발계획을 추진했을 때는 북한 핵위기의 영향도 있었고 중국도 상하이 개발로 여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중국이 400억불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 핵문제 때문에 아직 성숙한 환경이 조성된 시기는 아니지만, 우리가 먼저 나설테니 북한과 러시아도 함께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북아협력 이뤄낸다면 중국이 1, 2백억불 쓰는 건 큰 문제 아니야"

 

중국의 이같은 강렬한 바람은 일선에서도 감지된다. 옌지의 한 대북무역업자는 "지린성은 새로운 정책으로, 북한에 가서 기업 많이 세우고, 기업활동을 많이하라고 고무 격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광물을 취급하는 한 사업자는 "북한이 천천히 움직이겠지만, 사업적으로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옌볜 내부에서는 지리적 접근도에 따라 훈춘시 쪽은 나진항 개방을 더 원하고, 옌지와 투먼쪽은 청진항이 개방되기를 더 바란다고 한다. 훈춘의 취안허 맞은편인 원정리에서 나진까지 약 60킬로미터인데, 투먼의 싼허해관에서 회령을 거쳐 청진까지 바로 가면 70km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을 향한 중국의 기대와 희망은 대단히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상황에 대해 주도적이라기보다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양상이라는 점이다.

 

'죽련호텔'에서 조중우의교의 네온사인을 '북중경협의 현재'라고 표현했던 대북무역업체 관계자의 마지막 말은 "전기료는 물론 중국이 내는 것이다"였다.

 

 
출처 : "신의주까지 연결된 화려한 네온사인
'조중우의교'는 북중 경협의 현주소"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