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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중국)/┕ 연변 소식

남북 합의이행 ‘싸늘’…제동걸린 직항로 관광

by 윤라파엘 2010. 2. 5.

남북 합의이행 ‘싸늘’…제동걸린 직항로 관광

[한겨레 창간 20돌] 백두산이 ‘창바이산’ 된다

 


“항공협정이 체결돼야 하는데 북쪽이 응하지 않고 있다.”

5월로 합의된 백두산 직항로 관광이 멈춰선 데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북쪽은 남쪽으로부터 제의받은 게 없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남북 모두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

백두산 관광의 주관 부서는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부처는 통일부와 국토해양부다. 통일부에 물어보면 주관 부서는 문화체육관광부라고 얘기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항공협정 문제가 우선돼야 하는데 그건 국토해양부 소관이라고 말한다. 또 국토해양부는 남북 대화는 통일부가 나서야 한다고 떠넘긴다.

현정부 북과 대화단절…애초 5월 예정 넘겨

문체부·통일부·국토부, 책임 떠넘기기 급급

» 남북 백두산관광 합의 일지
백두산 직항로 관광은 지난해 10월 ‘2007 남북 정상선언’의 합의사항이다. 그건 서울∼백두산 직항로를 이용한 관광이었다. 따라서 직항로 개설을 위한 정부간 항공협정 등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직항로가 아닌 백두산 관광은 항공협정 체결 없이도 가능하다. 정상회담 한 달 뒤인 11월 현대와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아태)가 체결한 합의서는 2008년 5월부터 백두산 명소들에 대한 관광 개시와 함께 서울 백두산간 직항로 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백두산 관광은 이미 2005년 7월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 그리고 북한의 아태가 합의한 사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반드시 항공협정 체결 먼저 한 다음 백두산 관광일 필요는 없다.

항공협정을 체결해 직항로 백두산 관광이 이뤄지려면 항로 문제를 비롯해 삼지연 공항을 국제적 안전기준에 맞는 공항으로 개보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제 등에 필요한 장비가 120억원, 활주로 등 노반 정비에 380억원 등 50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항공협정이 체결돼야 500억원 규모의 삼지연공항 개보수 지원이 가능하며 그 다음에야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백두산 관광은 날씨가 허용하는 5월 말 또는 6월부터 가능하다고 말한다. 앞서 북쪽 항공기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이라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3년 9월부터 10월 말까지 통일교 계열의 평화항공사와 북한 금강산총회사 간의 관광계약에 따라 모두 9차례에 걸쳐 평양 및 백두산 관광이 있었으며 모두 780명이 백두산을 방문했다. 시범관광의 형태로 서울∼평양 직항로로 평양을 경유해 백두산 관광을 시작하면서 단계적으로 서울에서 직항이 가능하도록 삼지연 공항의 운항·관제·항행안전시설·공항시설·기상시설 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백두산 관광지도

“남북 힘을 합쳐 관광 활성화 하지 않으면

백두산, 중국의 창바이로 기억될 것” 우려

백두산 관광은 남북 관광협력의 확대라는 문제 이외에 백두산이 국제적으로 백두산으로 기록되고 명명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안병민 북한교통정보센터장은 “2007 남북 정상선언에는 백두산 직항로 관광에 관한 합의가 남북 경협사업을 망라한 제5항과 별도로 사회·문화·역사교류에 해당하는 6항에 포함돼 있다”며 “이는 남북이 백두산 관광을 경제협력에 국한시키지 않고 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포괄적 접근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북쪽과 접촉해본 관광 쪽 인사들은 “북도 중국의 창바이산 관광개발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북쪽의 국가관광총국 대표단이 중국 길림성 관광국장의 안내로 장백산 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슨 논의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남북의 백두산 직항로 관광 합의 즈음에 이뤄진 것이라서 백두산 관광에 대비한 준비로 관측된다.

한 전문가는 삼지연공항의 전략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삼지연 공항은 중-조 국경에서 불과 20㎞ 이내에 있는 공군비행장으로 중-조 국경, 동북 3성에 대한 공군의 정찰 감시 등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우 예민한 문제이긴 하지만 실제로 북한은 이곳에 미그기를 배치해두고 있다고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두 손을 놓고 있다. 지금 남북이 힘을 합쳐 북한을 통한 백두산 관광을 활성화하는 기회를 놓치면 백두산은 이제 더 이상 백두산으로 남을 수 없고 전세계에 창바이산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두산/강태호 남북관계전문기자


“관광 건설계획 세웠지만 정세 여의치 않아”

» 윤만준(사진)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백두산 관광에 관한 한 현대아산은 지금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선언의 합의가 어느 하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백두산 관광만은 해야 된다고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백두산 관광에 대한 윤만준(사진) 현대아산 사장의 말은 ‘원론’을 맴돌았다.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갑자기 얼어붙었다. 이런 정세 변화가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백두산 관광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금강산 관광, 개성 관광, 개성공단 사업은 어떤 일시적 정세 변화가 있더라도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남북 당국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에게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본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은 연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찾고 계신데, 지난 4월 말까지 금강산은 10만명, 개성은 4만명 이상이 관광을 다녀왔다.”

-백두산 관광을 위한 준비는?

“작년 10월 백두산 현지를 둘러본 이후 11월에는 정부와 공동으로 삼지연 공항, 도로, 숙박시설 등에 대한 1차 점검이 이뤄졌고, 또 경쟁상품이 될 수 있는 중국을 통한 백두산 관광상품에 대한 현지조사도 정부와 합동으로 마친 상태다. 이를 통해 관광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 건설 계획과 관광 계획 등을 내부적으로 수립했으나 정세가 여의치 않아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백두산 관광은 2000년에 고 정몽헌 회장이 직접 답사를 하는 등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

-백두산 관광을 어떤 방식으로 계획하고 있는가?

“백두산은 장엄한 자연 경관과 끝없는 수림지대, 그리고 이국적인 산간 마을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어 그 자체가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이다. 언감자국수, 백두산 들쭉술 등 이색적인 먹거리도 풍부하며 소백수 초대소 같은 곳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숙소로 관광객들의 호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 백두산 관광인가?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이자 성산으로 뿌리와 같은 곳이다. 이런 곳을 다른 나라인 중국을 통해서 우리가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특히 중국은 백두산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발해 동북지방의 관광 거점으로 삼으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인데, 우리가 이렇게 손을 놓고 있다가는 백두산은 사라지고 장백산만 남지 않을까 솔직히 겁이 난다. 실제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산의 원 이름은 티베트어로 초모랑마(대지의 신이라는 뜻)였다. 그러나 지금 본래의 이름은 잊혀지고 에베레스트로만 남아 있다.

강태호 남북관계전문기자

kankan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