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파엘's 공간/┕ 신앙의 길

최양업 신부님 사목서한 1

by 윤라파엘 2024. 1. 29.

● 최양업 신학생의 첫 번째 편지 
발신일 : 1842년 4월 26일
발신지 : 마카오
수신인 : 르그레주아 신부
 
예수 마리아 요셉, 
르그레주아 신부님께
우리가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었을 때 얼마나 외로워하고 애달파하였는지를 회상하시면, 제가 신부님의 여행에 대하여 얼마나 조바심을 가지고 염려하였는지 충분히 이해하실 것입니다. 
(마카오 대표부 책임자로서 조선 신학생을 5년 동안 먹여주고 가르쳐준 르그레주아 신부는 1842년 초에 파리 본부 신학교 학장으로 전임)
저는 하루라도 아니 단 몇 시간이라도 신부님을 생각하지 않고 지낸 일은 없다고 고백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쓰라림을 하느님을 위해 참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위로시오, 우리의 희망이시며, 우리의 원의이시니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죽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천사로 하여금 경애하올 신부님을 무사히 인도하셨고 또 평안히 보호하고 계신 줄로 압니다.
신부님을 통하여 최대의 공경심과 충성심을 우리의 최고 목자이신 교황님께 바칩니다. 
이곳 우리 주변에 일어났던 일에 관해서는 다른 것은 생략하고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에게서 떠나고 마침내 저의 유일한 동료 안드레아(김대건)와도 떨어져 있는 저는 작은 방에 외톨로 남아 있습니다마는 하느님과 홀로 있기가 소원입니다. 
신부님이 떠나신 다음 우리 조국으로부터는 아무런 소식도 들려온 것이 없습니다. 안드레아는 메스트르 신부님과 함께 프랑스 군함을 타고 조선으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 군함이 마닐라에 기항한 후 아직 그 목적지를 향하여 떠나지 못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파보리트라 불리는 다른 군함을 타고 (중국에 파견된 프랑스 외교관) 드 장시니(De Jancigny)씨와 함께 조국으로 가기로 되어 있어서 하루하루 그 군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의 동포들이 마침내 시온성으로 회두하여 우리의 창조주이시오 구세주이신 하느님을 찬송할 날이 언제쯤 올 것인가요! 만일 우리가 부당하다면 적어도 당신의 사랑하는 성교회의 간곡한 기도와 애원으로,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이를 위하여 쏟으신 당신의 피를 기억하시어 가련하고 불쌍한 우리를 굽어보시게 되기를 빕니다.
만일 신부님이 저더러 무엇을 청하라고 말씀하신다면, 다른 것은 말고 오직 당신의 작은 아들인 저를 항상 기억해주시기만을 청하겠습니다. 신부님은 저를 특별히 보살펴주시어 저에게 견진성사를 받게 하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신부님께 바라는 바는 진짜 십자가 나무(寶木) 한 조각이나 성인들의 유해를 주셨으면 합니다. 
지극히 공경하고 경애하올 신부님, 항상 편안하십시오. 신부님께 대한 추억은 제가 살아 있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공경하올 사부님께, 지극히 비천하고 순종하는 아들 토마스 양업이 엎드려 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