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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s 공간/┕ 신앙의 길

[부산교구 황철수 주교 서품식 이모저모]

by 윤라파엘 2017. 2. 1.

선목소신학교 검색으로 만나는 지난 기사입니다.  
'하느님의 힘' 보여주는 '농군' 되소서"

 


 2006년 2월24일 부산 수영구 남천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황철수 주교 서품식은 오랫동안 보좌주교 탄생을 기다려온 부산교구민의 '기쁨의 잔치'였다. 또 거의 모든 축사에서 지난해 안식년에 택시기사 체험을 한 황 주교에 대해 한마디씩 덕담하는 등 서민풍의 목자를 맞이하는 환영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품미사는 가톨릭성가 '나는 믿나이다'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주교단과 황 주교가 입당하면서 시작됐다. 황 주교가 서품식에서 정명조 주교 앞에 나가 주교 직분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서약한 뒤 제단 앞에 엎드리자 연합성가대(지휘 유영철)와 신자들은 성인호칭기도로 성인들의 전구를 청했다.

 성인호칭기도 선창은 새 목자의 새 출발과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특별히 정호민(9, 동래본당)군과 문서정(9, 거제본당)양이 맡아 전례에 새로운 맛을 더했다. 국내 서품식에서 처음 시도된 어린이 선창은 연합성가대가 극비리에 준비한 '깜짝 이벤트'.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앳된 목소리로 선창을 한 두 어린이는 서품식 후 "사람들이 많아서 떨렸지만 새 주교님께 힘을 달라고 비는 마음으로 불렀다"고 소감을 피력.

 또 부산교구 초대 교구장이자 한국교회 최고령 주교인 최재선(94) 주교가 노구를 이끌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걷기가 불편해 미리 제단 좌석에 나와 앉은 최 주교는 새 주교를 위해 기도하면서 입당행렬을 기다렸다. 한 신자는 "이갑수 주교님(2004년 선종)이 살아 계셔서 4대(최재선ㆍ이갑수ㆍ정명조ㆍ황철수 주교)가 함께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기도.

 서품식 내내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바친 황 주교 부모 황상준(도미니코, 84)ㆍ곽복조(골룸바, 79)씨는 "아들 신부가 더 큰 십자가를 지게 돼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하느님께서 잘 이끌어 주시리라 믿는다"며 "멀리서나마 기도로 힘이 돼주겠다"고 말했다.
 
 ○…평화신문이 단독 입수해 연재 중인 '황철수 주교의 택시일기'(제857~861호)가 축하식의 단골 화제. 김수환 추기경은 "황 주교님이 택시운전을 할 때는 주교될 줄 몰랐겠지만 그 체험은 앞으로 주교직 수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가 만일 오늘 행사 취재기자라면 '택시기사 주교되다'라고 썼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바다가 됐다.

 이어 주교회의 부의장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는 "안식년에 택시기사 체험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따뜻한 영혼을 지닌 목자라는 걸 알았다"고 말하고, 이정우(마르티노) 부산 평협회장은 "서민들 삶을 이해하기 위해 택시운전을 한 신부님이 주교님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이보다 더 큰 하느님 선물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축하.

 교구민들은 정성껏 모은 영적예물(미사 23만번ㆍ묵주기도 119만단ㆍ십자가의 길 15만회 등)을 문인화가 하삼두(스테파노) 화백의 그림족자에 담아 전달. 하 화백은 앞 머리가 헝클어지고 광대뼈가 나온 황 주교 캐리커처로 그의 서민적 풍모를 드러냈다.

 이어 대구선목소신학교 동기 김옥수(밀양본당 주임) 신부는 사제단 대표로 축사하면서 까까머리 시절 황 주교 별명을 공개. 소신학교 친구들은 얼굴이 새카맣고 황소처럼 뚝심있게 생긴 그에게 갓 배운 라틴어를 동원해 '아그리꼴라(농군)'라는 별명을 붙여줬다고. 김 신부는 "이제 주님의 밭인 부산교구에서 그리스도의 영적 농군이 돼 달라"고 격려.

 또 축하객이 꽃다발을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서품식 준비위원장 이홍기 몬시뇰은 "이틀전 새 추기경이 되신 정진석 추기경님이 부산에 내려오셨다"며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증정. 이 몬시뇰은 또 "정 추기경 임명, 대구대교구 최영수 주교의 대주교 임명, 조규만 주교 서품 등 한국교회에 겹경사가 났다"며 "특히 조규만 주교님은 서품 한달만에 주교단의 '벤자민'(야곱의 막내아들로 막내라는 뜻) 신세를 면했다"고 축하.


 ○…남천성당 지하실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정진석 추기경ㆍ부산교구 초대교구장 최재선 주교ㆍ황철수 주교 등이 축하 케이크를 함께 잘라 의미를 더했다. 윤경철(부산교구 신학원장) 신부는 "한국교회 겹경사의 최대 절정은 새 추기경 탄생"이라며 황철수 주교 서품에 새 추기경 탄생 축하를 곁들여 축배를 제의.

 축하연장에서 "황철수, 파이팅"을 연호한 선목소신학교 동기생들은 "황 주교님은 뚝심있고 인내력 강한 학생이었다"고 회고.

 박순정(원불교 부산교구장) 교무는 "부산 시민의 종이자 백성의 종, 교회의 종으로 소임을 다할 수 있는 주교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달. 황 주교가 최근까지 사목한 성가정본당 온 신자들은 "성당에서 주교님 별명이 '산소같은 신부'였다"며 부산교구에 주임신부를 빼앗긴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
 
 ○…이날 성당에 입장하지 못한 교구민 3000여명은 남천성당 잔디밭에서 역사적 주교 서품식을 지켜보며 새 목자를 위해 기도했다. 교구청은 밖에 있는 신자들을 위해 200인치 초대형 LED 전광판 차량을 동원. 또 부산가톨릭여성연합회ㆍ카리타스 자원봉사단ㆍ가톨릭운전기사사도회ㆍ부산 평협 등에서 450여명이 봉사했다. 평화방송 TV는 이날 서품식을 현지에서 전국으로 생중계했다.

김원철 기자wckim@pbc.co.kr
이   힘 기자lensman@pbc.co.kr
백영민 기자heelen@pbc.co.kr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