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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호 의학박사-종합검사는

by 윤라파엘 2017. 7. 8.

[Why] 두달전 종합검사 깨끗하셨다고요.. 지금은요?

송태호 송내과의원 원장·의학박사 입력 2017.07.08. 03:02 댓글 275

50대 여자 환자가 한 달 전부터 몸이 붓고 피곤하다며 찾아왔다.

진찰을 해 봐도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해 몇 가지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러자 환자는 두 달 전 종합 검사에서 웬만한 검사는 모두 받았으며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었는데 또 검사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환자 입장에선 얼마 전 거금을 들여 검사를 했는데 또 검사를 하자는 의사를 수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송태호의 의사도 사람]
몸 붓고 피곤해서 온 환자
진찰 후 검사 권하자.. 두달전에 받았는데요?
지금 이상이 있다면
그 검사는 유효하지 않아.. 의사가 권하면 받으세요
물론 의사들도
검사 남발해선 안되겠죠

50대 여자 환자가 한 달 전부터 몸이 붓고 피곤하다며 찾아왔다. 진찰을 해 봐도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해 몇 가지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러자 환자는 두 달 전 종합 검사에서 웬만한 검사는 모두 받았으며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었는데 또 검사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 눈초리에 나를 의심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속으로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하고 되뇌며 검사 필요성을 설명했다.

흔히 진료실에서 보는 광경이다. 환자 입장에선 얼마 전 거금을 들여 검사를 했는데 또 검사를 하자는 의사를 수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달 전에는 몸에 이상 소견이 없었고 지금은 이상이 있다. 건강할 때 받은 검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이다.

1913년 몬테카를로 한 카지노에서 적과 흑을 맞추는 룰렛 게임 도중 구슬이 20번이나 연속해서 검은색으로 떨어졌다. 확률적으로 이제 붉은색에 떨어지리라는 생각에 도박꾼들이 벌떼처럼 붉은색에 거액을 베팅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룰렛 구슬은 7번이나 더 검은색에 떨어졌고 수많은 도박꾼이 파산했다. 이것을 '몬테카를로의 오류' 혹은 '도박꾼의 오류'라고 한다. 매번 완전히 새로 일어나는 일을 과거 기록에 기초해 잘못 판단해 저지르는 잘못이다.

환자는 바로 이 '도박꾼의 오류'에 빠진 것이다. 검사 결과의 의미는 그 검사를 할 당시 환자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환자의 과거나 미래를 그 검사를 통해 다 알 수는 없다. 병원에 입원하면 매주 피를 뽑아 검사한다. 1주일 전 검사가 현재 나의 상태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985년 발표된 '뜨거운 손 오류'라는 이론도 있다. 운동경기에서 흔히 '신들렸다'고 표현하는 선수들에게 쓰는 말이다. 이전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어 확률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런 '뜨거운 손'은 의학에도 존재한다. 어려운 수술이나 치료를 몇 차례 연속 성공한 의사는 자신감이 붙는다. 소문을 듣고 환자들이 더 몰려들게 되고 수술이나 치료를 많이 할수록 익숙해져 성공률이 더 높아지게 된다.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치료를 잘 견뎌 호전이 확인된 환자들은 더욱 더 치료에 적극적이게 된다. 그런 환자들이 치료 결과는 더 좋다. 하지만 일부 그런 선전에도 전체 완치율은 변하지 않기에 '뜨거운 손 오류'라는 명칭이 붙었다.

단순히 이야기하면 개인에게 병이 생길 확률도 반반이고 생긴 병이 나을 확률도 반반이다. 어떤 병이 나을 확률이 60%라고 한다면 수많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이겠지만 한 명을 놓고 보면 병이 낫거나 낫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지난번 검사가 정상이었지만 이번 검사가 정상일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다. 환자에게 없던 증상이 생겼으니 새로 하는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될 가능성은 사실 더 높아진다.

비윤리적으로 검사를 남발하는 일이 있으니 환자도 의심을 할 것이다. 그러나 증상이 있을 때 검사를 해보자는 의사의 권유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검사를 통해 이상을 발견한다면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의학 치료를 업으로 삼은 나로서는 환자들이 '도박꾼의 오류'에 빠지지 말고 '뜨거운 손 오류'에 빠졌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