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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관심일까??

우리아버지가, 훔쳤어요.

by 윤라파엘 2012. 5. 31.

 

 

 

이글은 류창희님의 강의에서 아내가 가져온 인쇄물 내용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 붙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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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가, 훔쳤어요

                                                           - 기부양양其父攘羊

 

류 창 희 

그녀는 오랜만에 친정집으로 향했다.

골목에 들어서니 친정집 앞에 못 보던 외제 승용차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늘 자신의 차를 대던 자리다. 앞뒤 살펴봐도 메너라고는 꽝이다. 연락처조차 남기지 않았으니 부아가 날 수밖에.

‘이런 교양 머리 없는 인간이 있나.’ 본때를 보여줄 심산으로 자신의 차 열쇠로 외제 승용차의 옆구리를 “부욱~” 그었다. 반분이 풀린 그녀, 인근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고 집으로 가니 친정아버지가 펄펄 뛰신다. 범인을 잡기만 하면 손모가지를 분질러 놓겠다고 노발대발이시다.

“제가 그랬어요, 아버지”라고 정직하게 말할 위인이었다면 애초에 긋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성깔 한번 고약하다. 아무리 그 아비에 그 딸이라지만, 딱한 노릇이다. 간이 배 밖에 나왔다. 이럴 때는 어찌해야 좋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동네 어귀에는 아직 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

섭공이 공자에게 말하였다. “우리 무리 중에 정직하게 행동하는 자가 있으니 그의 아버지가 양을 가로챘는데 아들이 증명하였습니다. 공자, 가라사대. 우리 무리의 정직한 자는 이와 다르다, 아버지가 자식을 위하여 숨겨주고 자식이 아버지를 위하여 숨겨주니 정직함은 그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葉公이 語孔子曰 吾黨에 有直躬者하니 其父攘羊이어늘 而子證之하니이다 孔子曰 吾黨之直者는 異於是하니 父爲子隱하며 子爲父隱하나니 直在其中矣니라 -자로 18장)

 

아비가 양을 훔친 것도 아니다. 길을 잃은 양이 제 발로 집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양아, 네 집으로 가거라, 가거라, ”라고 몇 번을 말해도 가지를 않아 잠시 맡아둔 것뿐이다. 독립운동하는 사람이 동지의 행보를 알려주고, 기업인이 몸담은 회사의 정보를 누설하고 아내가 남편을 고발한다. 정직함이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 마음을 왜곡됨이 없이 곧게 표현하는 것이다.

어딜 가나 보는 눈이 있다. 무인 카메라가 돌아간다. 감히 기계가 사람을 감시한다. 사람이 입으로 고발하는 것보다 무섭다. 내 핸드폰은 내가 주고받는 대화와 오가는 문자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은 물론 동영상도 전달되고 현재 내가 있는 위치의 주소까지도 가르쳐준다.

첨단의 기계문명이 윤리와 도덕성까지 무너뜨린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 낱낱이 찍는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누가 보든 안보든 본마음을 지키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일 것이다. 나는 내가 그랬다고 말 못하는 그녀의 비양심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오늘 나와 같이 생활한 내 스마트폰도 무섭다.

 

 

 

 

 

류창희|≪에세이문학≫ 수필 등단(2001). 제27회 현대수필문학상 수상. LG메트로 작은쌈지도서관 관장. 수필집 ?매실의 초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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