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겔러리

나이든 어민의 얼굴

by 윤라파엘 2014. 12. 23.


높이 56미터짜리 주차타워 외벽에 그려진 초대형 그래피티 작품 ’나이든 어민의 얼굴’(작가:독일 헨드릭 바이키르히)과 
부산의 대표적인 마천루인 해운대 마린시티가 마주보고 있다.

이 그래피티 작품 아래에는 ’역경이 없으면 삶의 의지도 없다’는 문구가 있었다. 

저 어부는 민락동 토박이 박남배 씨(78세)다.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광안리. 광안리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일까? 광안대교, 광안리 해수욕장, 민락활어직판장 등 광안리에는 유독 부산을 대표할 만한 자랑거리가 넘쳐난다. 그런 광안리에 부산을 대표할만한 자랑거리가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전국의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전국 최대 규모 생선회음식점 민락동 어민활어 직판장에 선보인 아시아 최대 규모의 그래피티다.

사실 그래피티란 우리말로 옮기면 낙서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1960년대 뉴욕의 흑인 젊은이들이 건물 외벽이나 지하철 등에서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이나 구호를 그리면서 시작됐다. 도심이 뒷골목 문화로 출발한 그래피티는 80년대를 거치면서 유럽과 미국의 대중들에게 친숙한 새로운 거리예술 형식으로, 나아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장르의 하나로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예술장르로서 그래피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아직 낮은 편이며, 청년들의 문화로만 인식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래피티가 부산 광안리 한복판에, 그것도 아시아 최대 규모로 등장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걸쳐 경이로운 구상작업을 해 온 독일의 그래피티 작가 ECB의 작품으로 민락 어민활어센터에 들어서자 마자 굴뚝의 마치 사진을 찍어낸 듯 사실적인 그래피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어민활어센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부산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봤을 법한 명소인 이곳에 대규모 그래피티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상상하기조자 힘든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이곳에 직접 와보면 그런 생각은 싹 잊게된다.

회센터를 드나들며 어디선가 한번쯤 본 것만 같은 친숙한 모습의 한 어민이 회센터 건물의 주차타워에 마치 사진을 찍어낸 것처럼 높다랗게 그려져 있다. ‘나이든 어민의 얼굴’이란 제목의 그래피티 작품이다. 활어센터 주차타워는 높이만 56m. 멀리서 보면 그림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규모 면에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 그림은 지역 문화예술기획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부산 ‘청년문화수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역을 이해하고 함께 소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 작가 ECB는 그림이 민락어민활어직판장 관계자들과 직접 만난 소통한 뒤, 기존 계획을 접고 기꺼이 어촌을 상징하는 나이든 어부를 주제로 택했다. 그렇게 탄생한 그래피티의 실제 모델이 바로 이곳 주민인 박남배(77) 씨이다.

박남배 씨는 “부산 민락동 주민인 나에게 광안리란 젊은시절을 다바쳐 일해온 삶의 터전이다. 그런 삶의 터전에 내 그림이 올라간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그래피티의 모델이 된 소감을 밝혔다.

민락어민활어센터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다는 박귀심(61) 씨는 “우리 활어센터에 명물이 하나 생긴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다.”며 “그림 덕분에 다소 삭막해 보였던 건물이 훨씬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귀심 씨는 그래피티의 모델인 박남배 씨의 친누이동생으로 다른 어민들보다 그 의미가 더 각별하다고 덧붙였다.

민락 활어 직판장에 그려진 그래피티는 아시아 최대규모(56M)를 자랑한다. 그 주제도 활어 직판장이란 공간에 적합해 활어 직판장 어민들의 호응이 특히 높았다.
이번 그래피티 작업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건 민락어민 활어직판장 어민들이다. 직판장에서 만난 한 어민은 “밋밋했던 주차탑이 이런게 변모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 저 그림이 앞으로 우리 활어 직판장의 명물이 될 것 같다.”며 싱글벙글이었다. 어민들은 그래피티 작가와 말도 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신 말을 걸고 악수를 청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사업을 진행한 부산청년문화수도 집행위원장 이승욱 씨는 “최근 며칠간 계속됐던 태풍의 여파와 더불어 작업에 필수적인 초대형크레인을 빌리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작업 진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는데, 완성된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작품을 그리는 장소가 워낙에 높은곳에 있어서 그래피티 작업에 있어서 초대형 크레인까지 동원되었다. 하지만 이 대형크레인이 국내에 몇대없을 정도로 희귀해 렌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사진=부산청년수도본부)



'겔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11-25 아침산책  (0) 2019.11.25
변산바람꽃 미팅 다녀와서,,2018-3-1  (0) 2018.03.01
그사람 (the man)  (0) 2014.12.21
우포늪의 오후  (0) 2011.11.18
자엽자두 ( 紫葉자두)   (0) 201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