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사인용 [중앙일보] 입력 2011.11.30 00:10 / 수정 2011.11.30 00:35
‘공간의 작가’ 독일 회퍼·데만트 나란히 서울전

칸디다 회퍼의 ‘노이에 미술관 베를린 Ⅳ’. 2009년. 183×141㎝. 미술관 북쪽 홀 8각형 돔 아래 이집트 왕비 네페르티티 두상이 전시돼 있다.
이것은 공간이며, 사건, 그리고 역사다. 칸디다 회퍼(67)가 찍은 독일 베를린 노이에 미술관의 텅 빈 모습이 그렇고, 토머스 데만트(47)가 종이로 만든 뒤 찍은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파괴된 중앙제어실이 또한 그렇다.
사람 없이 빈 공간을 즐겨 찍는 두 독일 미술가가 서울서 각각 개인전을 열고 있다. 20년 나이차의 두 사람은 또한 전후 독일의 문화적 메카로 꼽히는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1976년 독일 최초로 사진과가 개설된 이곳은 칸디다 회퍼를 비롯해 안드레아스 구르스키·토마스 루프 등 세계적 사진가의 산실이다. 무엇을 찍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찍을까를 고민한 이들은 스승 베른트 베허의 이름을 따 베허 학파라 불린다.
#1. 전쟁과 공간

회퍼(左), 데만트(右)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13년간 복원, 2009년 재개관했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한평생 유럽의 궁전, 대성당, 수도원, 오페라 극장을 찍어 온 회퍼가 복원 과정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변화하거나 소멸되는 사회적 습관들을 대표하는 장소이며, 작품이 전시된 방식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독일 통일까지 거의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방치됐던 공간. 사진 속엔 살아있는 생물체가 없다. 오로지 고대 이집트의 네페르티티 여왕 두상과 그리스 신화의 영웅상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자연광만으로 담아낸 이 ‘부재의 공간’은 신화의 영역이다.
회퍼는 “이번 작업은 공간과 역사에 대한 태도, 그리고 공간 내에서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순환에 대한 찬사”라고 요약했다.
#2. 사라짐의 기억

토마스 데만트의 ‘컨트롤룸’. 200×300㎝.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파괴된 후 쿠시마 원전 중앙제어실을 종이 모형으로 만든 뒤 사진찍었다.
“촬영 후 포토샵 등을 이용한 보정 작업도 안 거쳐요. 사진은 사라져버린 현장을 물상으로 남기기 위한 도구, 종이로 만든 현장은 곧 쓰러져 버릴 약한 조각입니다.”
그의 작품은 실제로 만질 수 없는 것들의 제시다. 대상에는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자신의 내밀한 기억도 포함된다. 전시장 속 사진들엔 사람이 없다. 동일한 질감의 사물들로 이뤄져 서늘하고 낯선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시아 첫 개인전을 위해 내한한 그가 한국 신문에서 눈여겨 본 장면은 최루탄 흰 연기가 자욱한 국회 본회의장 사진이었다.
권근영·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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