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아프다.
일상
2011.3.1
삼일절 휴무일 을 하루앞둔 저녁 갑자기 아내가 아프기 사작이다. 춥다고도 하고 속도 안 좋다고 한다.
손을 잡아보니 열도 조금있다.
약을 잘 안 먹는 아내가 쌍화탕을 사 오라고 한다. 마시고 나면 땀이 확 나오면서 몸살기운이 달아 난다는 그 약에 대한 경험상
그런데로 아내에게는 몸살에 잘 듣는다는 그 약이다.
집앞에 약국으로 가서는 쌍화탕 두개를 사왔다. 한개 500원 이라고 한다. 어쨰 좀 싸네??
집으로 와서 쌍화탕을 건넸더니,,하나를 따서 먹어 보고는 난리가 났다.
좀 쓴게 전에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것으로 끝난게 아니라 계속해서 투덜거린다.
물어보고 사오지 , 아무거나 사 왔다고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 그대로 있을수가 없다,,
한개 500원 이라는게 좀 찜찜하기는 했다.
계속 잔소리를 하는통에 또 약국으로 갔다.
그런데 다른곳은 문을 다 닫았고 밤 10시까지만 오픈하는 홈플러스로 가야하는데 5분 남았다.
요즘 운동도 못했는데 , 한걸음에 뛰어 가느라 숨이 턱턱 막힌다. 비오는 밤에 이 무슨 소동인지..
그런데 약국은 11시가 마감이라네,, 참말로 다행이기는 했다.
약사가 쌍화탕 병을 내 놓는다.
이거 얼마짜리예요??? 500원이란다. 앞선 약방에서 준것과는 제품은 다르지만 또 아닌것 같다.
그거말고 또 뭐 있어요??? 1000원짜리가 있습니다 라고 한다.
한병에 1000원이라는 말에 냉큼 4개를 달라 해서 .. 그것도 따뜻하게 데워서 파는 약병이 찬 밤 바람에 식을까봐 품속에 숨겨 가지곤
잰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가져다 주니 하나를 마시고 3개는 남겨둔다.
내일 아침이면 거뜬하게 일어나 모처럼 얻은 자유시간 산행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이틑날 아침
.
.
환자가 된 아내를 살피는데 밤새 잠을 못자고 계속 시달렸다고 한다.
난감 ....
아~ 오늘 삼일절 휴무,, 산행을 하던, 꽃만나러 가야하는데,,
글렀다. 딱히 어디로 간다는 계획은 없었지만 ,
아기도 안오는 날이고 좋았는데,,
이럴때 할 수 있는 일은 또 없는듯 해서 아내가 하는 일들 중 도움될까 싶어 평소 안하던 밀린 설겆이라도 해 본다.
그런데
아내가 슬금슬금 오더니 무우를 썰고 고등어를 썰더니 , 불위에 올려놓고 거실로 가 버린다
그리고 조금 지났는데 , 익고있는 찌개솥에 간장 두 스푼 넣으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또 조금 있더니 고춧가루 양념을 한스푼 넣으라고 한다. 그리고 찌개는 김을 내뿜으며 잘 익고있었고
나는 아무 생각없이 열심히 나머지 설겆이를 계속했다.
그리고 설겆이가 끝날때 쯤인데 타는 냄새가 살짝난다. 뭐야 ???
우씨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찌개가 물이 졸아서 타고있다.
배가 너무 고프다고 , 아침을 먹기위해 서두르던 아내가 나보고 둔해서 다 태웠다고 난리다.
아따 참말로 미띠겄네,,
쌀에 콩을 넣고 옥수수알을 넣고 거의 한시간을 불리고, 물 부어 지은 밥도 성공인데,
찌개가 실패다.
찌개를 실패한 아내가 다시 시킨 주문은 마트에 가서
야채스프를 사오라고 한다. 또 얼른 내려가 보니
매장에는 스프봉지 옆에 먹기좋은 죽도 진열되어 있다 . 그런데 죽이 스프보다 좋을것만 같아 보였다. 살까말까??
혹시또 싫어 할 지도 몰라 한개만 샀다.
그리고 사오라던 야채스프 4개 까지,,,
.
.
돌아와 보니 아내는 눈을 감고 누워있다. 사온 죽을 데워서 드리니,,한방에 no,, !
시킨것만 하지 ,, 이걸 누가 먹느냐는 거다. 살짝 예상했던 상황 이지만 왠지 나도 속이 상한다.
그러면서 아내가 벌떡 일어나더니 후다닥 스프를 한개 끓여서 먹고는 속상한 모습으로 누워 버린다.
아 정말 되는게 없네,,
나는 다 생각해서 사 온 건데,,
그렇게 끙끙앓는 아내가 오후를 보내고 있다.
서울로 물건 보낼게 있어 노포동 다녀와서 , 먹지않은 그 죽을 내가 비우고 , 또 오후에 쌓인 그릇을 씻는다.
그리고 다시 도전이다.
오전에 실패한 찌개 끓이기를 같은 순서로 다시 시도한다.
고등어 반손을 썰고 무우를 썰어넣고 ,,한참을 익히다가 간장을 두스푼 넣고
고추장 양념을 한스푼 넣고,,,
살짝 맛을 보니 기가 막힌다..
여보 찌개 다시 끓였다 저녁먹자 ~~
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알아서 먹을게요,,
이런 ,, 따뜻할때 먹고 힘 좀 내야지
내일 아침 또 아기를 데려 올텐데..
재 도전해서 성공한 찌개 끓이기.. 식기전에 따뜻한 밥 한그릇 먹고
얼른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만 앞서있다,,,
주방에서 머물며, 틀어놓은 라디오에선
또 장애 아기를 키우는 어느집 애닯은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최유라 조영남이 10살에 초등학교를 보내게 된 그 아기를 향해 응원을 보낸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다오~
여느 주부의 모습처럼 , 라디오 들으며 눈시울까지 붉어지는 나..
오늘 은 아내가 머물지 못하는 공간에 , 내가 잠시 머문다.
내겐 어색하고 서툰 공간 이지만 , 그곳이 늘 아내가 지키는 자리인가 싶다.
92주년 삼일절 휴일 ..
하루종일 아픈 아내를 보필하며 , 보낸 날
오늘밤 지나고 나면 , 모두 회복되기를 바라며,,
어둠이 내리는 오후 6시 ,, 막걸리나 한잔하며 오늘을 마무리 해야겠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꾹이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 속에 찾아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녁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 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